목 차
1. 시간이 멈춘 듯한 고즈넉함, 히다 타카야마와 시라카와고
2. 현대와 전통의 조화, 나고야와 이세 신궁
3.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힐링 여행지, 가나자와와 나가노
일본 중부 가볼 만한 여행지 추천
일본을 여행할 때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에만 머무르는 건 너무 아쉽습니다. 그 사이, 일본 중부에는 자연과 전통, 현대와 예술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여행지가 숨어 있습니다. '주부 지방'이라 불리는 이 지역은 나고야를 중심으로 도야마, 기후, 나가노, 이시카와 등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어,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깊고 조용한 감동을 얻기에 더없이 좋은 곳입니다. 이 글에서는 일본 중부의 대표적인 여행지를 세 가지 테마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시간의 흐름이 느리게 흘러가는 마을,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도시, 그리고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1. 시간이 멈춘 듯한 고즈넉함, 히다 타카야마와 시라카와고
일본의 옛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히다 타카야마와 시라카와고는 반드시 가봐야 할 여행지입니다.
히다 타카야마: ‘작은 교토’라 불리는 도시
기후현 북부에 위치한 히다 타카야마는 ‘작은 교토’라는 별명처럼 에도 시대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도시입니다. 산마치스지(三町筋) 거리에는 목조 전통 가옥과 간장, 미소 가게, 사케 양조장이 줄지어 있어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히다 지역은 ‘히다규(飛騨牛)’로도 유명합니다. 입에서 녹는 듯한 고급 소고기를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것이 매력입니다. 타카야마 역 주변의 로컬 음식점에서는 히다규 초밥, 꼬치, 햄버거 등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습니다.
봄과 가을에 열리는 ‘타카야마 마츠리’는 일본 3대 아름다운 축제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전통 수레(야타이)가 도시를 행진하며 수백 년 전의 문화가 지금도 살아 있음을 보여줍니다.
시라카와고: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갓쇼즈쿠리 마을
타카야마에서 버스로 약 1시간 거리의 시라카와고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전통 마을입니다. 이곳의 대표 건축 양식인 갓쇼즈쿠리(合掌造り)는 합장한 손 모양을 닮은 가파른 초가지붕을 특징으로 합니다.
눈이 내리는 겨울에는 이 집들이 눈 덮인 풍경과 어우러져 동화 같은 모습을 자아냅니다. 특히 1~2월 야간 라이트업 행사는 환상적인 분위기로 여행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습니다. 민박으로 운영되는 가옥에 머물며 화로에 둘러앉아 전통 음식을 먹는 경험은 일본 시골의 정취를 깊이 있게 느끼게 해줍니다.
2. 현대와 전통의 조화, 나고야와 이세 신궁
나고야: 도시의 편리함과 미식의 천국
일본 4대 도시 중 하나인 나고야는 도요타 자동차의 본고장답게 공업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는 풍부한 문화와 맛있는 음식,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매력이 숨어 있습니다.
‘히츠마부시’는 장어덮밥을 세 가지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나고야의 명물 요리이며, 붉은 된장으로 만든 ‘미소니코미우동’, 매콤한 ‘테바사키’(닭날개 튀김) 등도 이 지역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입니다.
또한 나고야 성, 도쿠가와 미술관, 오스 상점가 등 역사와 현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장소도 다양합니다. 일본의 일상적인 도시문화와 소박한 정서를 체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여행지입니다.
이세 신궁: 일본 신도의 성지
나고야에서 기차로 약 1시간 반 떨어진 미에현의 이세 신궁은 일본 신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약 2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은 내궁(内宮)과 외궁(外宮)으로 나뉘며, 각각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와 풍요의 신 토요우케노오오카미를 모시고 있습니다.
경내는 울창한 삼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전통 복장을 입은 신관들의 모습, 신성한 분위기 속에 드리운 고요한 공기가 여행자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이세 신궁 앞에는 ‘오카게요코쵸’라는 전통 상점가가 있어, 지역 특산품과 간식, 전통 장인품 등을 구경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3.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힐링 여행지, 가나자와와 나가노
가나자와: 예술과 전통의 도시
이시카와현의 가나자와는 에도 시대의 분위기를 간직한 도시입니다.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로 꼽히는 ‘겐로쿠엔(兼六園)’은 사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정원으로, 도심 속에서 자연의 고요함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히가시차야가이 지역은 옛 찻집 거리로, 골목골목마다 전통적인 건축양식과 고요한 분위기가 여행자를 사로잡습니다. 운이 좋다면 저녁에 실제 게이샤 공연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현대 예술을 중심으로 한 전시가 열리며, 유명한 ‘풀 속의 방(Swimming Pool)’ 설치작품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예술과 전통을 모두 품은 이 도시는 감성 여행자에게 꼭 맞는 여행지입니다.
나가노: 대자연과 온천, 사색의 공간
나가노는 일본 알프스 산맥이 펼쳐진 지역으로, 겨울에는 스키와 스노보드, 여름에는 하이킹과 온천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지고쿠다니 야생원숭이 공원에서는 눈 속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는 원숭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불교 문화의 중심지인 젠코지(善光寺)는 7세기부터 이어져 온 오래된 사찰로, ‘오카이단메구리’라는 체험을 통해 완전한 암흑 속을 걷는 명상적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인 힐링이 필요한 이들에게 적절한 장소입니다.
또한 근처의 마쓰모토 시에는 ‘마쓰모토 성’이 있어 중세 무사의 기운을 그대로 간직한 흑성(黑城)의 위용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일본 중부는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곳이 많습니다. 도쿄나 오사카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깊고 조용한 감동을 주는 지역입니다. 옛 정취가 가득한 전통 마을, 맛있는 음식이 있는 도시,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을 여행하면서 우리는 진짜 일본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여행이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일본 중부로 눈을 돌려보세요. 사계절 내내 다른 색깔로 물드는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조용한 일상이 여행자의 마음에 오래도록 잔상을 남길 것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빠르게 소비되는 관광지가 아닌, 천천히 스며드는 감동을 찾으러 가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