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1. 칸하 국립공원(Kanha National Park) – 인도판 정글북의 무대
2. 오르차(Orchha) – 강변의 중세 도시
3. 카주라호(Khajuraho) – 예술과 욕망의 고대 상징
인도 중부, 감춰진 보석 같은 여행지들
인도를 여행한다고 하면 대개는 북쪽의 델리, 아그라, 바라나시 혹은 남쪽의 케랄라나 고아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인도의 중심을 이루는 중부 지방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장소들이 많습니다. 자연, 역사, 영성이 공존하는 이 지역은 다른 어느 곳보다도 순수하고, 아직은 덜 알려진 만큼 여행자에게 특별한 체험을 선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도 중부에서 꼭 가봐야 할 세 곳—칸하 국립공원, 오르차, 카주라호—을 중심으로 인도 중부의 매력을 소개합니다.
1. 칸하 국립공원(Kanha National Park) – 인도판 정글북의 무대
칸하 국립공원은 마디아프라데시 주에 위치한 인도의 대표적인 야생 보호 구역 중 하나로, 루드야드 키플링의 소설 『정글북(The Jungle Book)』의 실제 배경으로도 유명합니다. 넓은 초원과 숲이 어우러진 이곳은 인도에서 가장 잘 보존된 생태계 중 하나로 손꼽히며,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는 여행자에게 최고의 목적지입니다.
● 벵골 호랑이와의 조우
칸하 국립공원은 인도의 상징인 벵골 호랑이의 주요 서식지입니다. 사파리 차량을 타고 새벽이나 오후 시간대에 숲을 돌아보면, 호랑이는 물론 바르싱가(진흙사슴), 인도 가우르(야생 들소), 표범, 수많은 조류 등 다양한 생명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호랑이가 물가를 걷는 장면을 목격할 수도 있습니다.
● 친환경 숙소와 지속가능한 여행
이 지역에는 생태계 보호를 중시하는 리조트와 캠프들이 많아 여행 중에도 지속 가능한 여행 문화를 실천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숙소는 지역 커뮤니티와 협력해 운영되며, 로컬 음식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제공합니다.
● 가족 단위 여행도 적합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들도 칸하를 찾기 좋습니다. 사파리와 함께 자연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이 야생 동물을 관찰하며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는 시간이 됩니다. 밤에는 캠프파이어와 별 관찰 활동도 준비되어 있어 다채로운 추억을 남길 수 있습니다.
2. 오르차(Orchha) – 강변의 중세 도시
오르차는 마디아프라데시 중북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지만, 그 역사적 무게감은 실로 대단합니다. 16세기 부델라(Bundela) 왕국의 수도였던 이곳은 지금도 웅장한 궁전과 사원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베툐와 강이 흐르는 자연환경이 함께 어우러져 고요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 자한기르 마할(Jahangir Mahal)의 건축미
오르차의 중심에는 무굴과 힌두 양식이 혼합된 자한기르 마할이 있습니다. 이 궁전은 무굴 황제 자한기르의 방문을 기념해 지어진 곳으로, 섬세한 돌 조각과 돔, 아치형 창문이 인상적입니다. 건물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오르차 전경은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 라자 람 사원(Raja Ram Temple)과 종교의 공존
흥미로운 점은 라자 람 사원이 인도에서 보기 드물게 힌두 신 라마를 ‘왕’으로 모시는 사원이라는 점입니다. 이곳에서는 경찰들이 매일 아침 라마 신에게 경례를 올리는 의식도 볼 수 있으며, 이는 종교와 행정이 융합된 인도의 독특한 문화를 잘 보여줍니다.
● 느리게 흐르는 시간
오르차는 상업화된 대도시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행자들은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돌아다니거나, 베툐와 강가에 앉아 석양을 감상하며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도시 곳곳에 있는 작은 게스트하우스나 홈스테이는 따뜻한 인도인의 환대를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3. 카주라호(Khajuraho) – 예술과 욕망의 고대 상징
카주라호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원군으로, 힌두교와 자이나교의 고대 조각 예술이 응축된 도시입니다. 10세기 찬델라 왕조 시대에 건립된 이 사원들은 특히 관능적이고 섬세한 에로틱 조각들로 유명하며, 고대 인도의 성과 영성에 대한 관점을 보여줍니다.
● 동·서·남부 사원군의 차이
카주라호의 사원군은 크게 동부, 서부, 남부로 나뉘며, 각 지역마다 사원의 양식과 내용이 다릅니다. 특히 칸다리야 마하데바 사원(Kandariya Mahadeva Temple)은 섬세하고 화려한 조각으로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조각들은 단순한 음란함을 넘어서 인간 삶의 다양한 측면을 철학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 밤의 빛과 소리 쇼(Sound & Light Show)
매일 밤 카주라호에서는 ‘사운드 앤 라이트 쇼’가 열리며, 사원에 조명이 비춰지는 가운데 영어와 힌디어로 역사와 전설을 들려줍니다. 여행자가 고대 문명의 흐름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게 도와주는 훌륭한 콘텐츠입니다.
● 지역 공동체 체험
카주라호 주변에는 전통 농가나 마을에서 숙박하며 현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직접 차파티를 굽고 사리를 입어보며 진짜 인도인의 삶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소규모 체험은 특히 사진작가나 인문학적 관심이 많은 여행자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맺으며
인도 중부는 대중적인 관광지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자연, 역사, 영성, 예술이 절묘하게 결합된 지역입니다. 칸하 국립공원의 살아 숨 쉬는 야생, 오르차의 중세 풍경과 사원, 카주라호의 예술적 상징성은 각기 다른 감동을 줍니다. 아직은 많은 여행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기에, 더 순수하고 진솔한 인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인도를 사랑하거나, 조금 다른 여행을 원하신다면 인도 중부로의 여정을 진심으로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