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북부에서 만나는 고대의 유산과 평화로운 자연
요르단을 여행할 때 많은 이들이 남부의 페트라, 와디 럼, 사해에 집중하지만, 사실 북부 지역 또한 깊은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간직한 여행지입니다. 고대 로마 문명의 찬란한 흔적부터 평화로운 숲과 언덕, 성경 속 도시까지, 요르단 북부는 다양한 테마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숨겨진 보석 같은 지역입니다. 오늘은 수도 암만에서 북쪽으로 향했을 때 꼭 들러야 할 세 곳의 매력적인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1. 제라쉬(Jerash): 로마 제국의 영광이 살아 숨 쉬는 도시
요르단 북부의 대표 도시 제라쉬는 ‘중동의 폼페이’라 불릴 만큼 고대 로마 제국의 웅장한 유산이 잘 보존된 고고학 유적지입니다. 암만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이곳은 기원전 1세기 경 데카폴리스의 주요 도시 중 하나로 번영했고, 지금도 그 당시의 영광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제라쉬 유적지의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도 하드리아누스 개선문(Hadrian's Arch)입니다.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의 방문을 기념하여 지어진 이 문은 거대한 규모와 정교한 장식으로 방문객을 압도합니다. 그 문을 지나면 바로 오발 광장(Oval Plaza)이 펼쳐지는데, 완벽한 타원형의 형태로 56개의 기둥이 둘러싸고 있어 당시 도시계획의 정밀함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남북극장(South & North Theater), 제우스 신전과 아르테미스 신전, 콜로네이드 거리 등 볼거리가 풍부합니다. 특히 남극장은 지금도 종종 공연장으로 활용되며, 운이 좋다면 요르단 전통 음악이나 군악대 공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제라쉬는 단순한 유적 관광지를 넘어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살아있는 역사 체험의 장입니다. 여유롭게 걷다 보면 고대 로마 도시 속으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죠. 유적지는 넓고 햇빛이 강하므로, 모자와 물을 준비하고 걷기 편한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우므 카이스(Umm Qais): 고대 도시 가다라에서 바라보는 세 나라의 경계
요르단 최북단에 위치한 우므 카이스는 고대 그리스-로마 도시 가다라(Gadara)의 유적이 있는 역사적 장소입니다. 암만에서 차로 약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이곳은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스라엘, 시리아, 갈릴리 호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독특한 뷰포인트로 유명합니다.
가다라는 철학자들과 시인들이 활동하던 지적인 도시로 알려졌으며, 지금도 당시의 극장, 열주 거리, 수도관, 비잔틴 교회 등의 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특히 검은 현무암으로 지어진 로마 극장은 이 지역의 독특한 자연환경을 반영하고 있으며, 무대에 서면 멀리 갈릴리 호수까지 시원하게 펼쳐지는 파노라마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곳은 성경에서도 언급되는 장소로, 예수가 악령 들린 자를 고쳐준 사건이 벌어진 곳으로 추정되기도 합니다. 이런 배경 덕분에 우므 카이스는 성지순례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방문지가 됩니다.
현지의 작은 박물관에서는 발견된 유물과 유적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으며, 언덕 위 레스토랑에서는 탁 트인 경치를 감상하며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산책하고 사색하기에 좋은 곳이며, 북부의 신선한 공기와 한적한 분위기가 매력적입니다.
교통편은 자가용 또는 투어 차량 이용이 가장 편리하며, 인프라는 남부보다는 부족할 수 있으나 그만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소규모 가족이나 커플 여행객에게 특히 추천되는 장소입니다.
3. 아질룬(Ajloun): 숲과 성채가 어우러진 요르단의 힐링 명소
제라쉬에서 북서쪽으로 약 45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질룬은 요르단에서는 드물게 울창한 산림과 청량한 공기를 자랑하는 지역입니다. 척박한 사막 지형이 주를 이루는 요르단에서 이런 숲이 있다는 것 자체가 여행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죠. 이곳은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주말 나들이 장소이며, 특히 봄철에는 야생화가 만발해 더욱 아름답습니다.
아질룬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는 바로 아질룬 성채(Ajloun Castle)입니다. 이 성채는 12세기 무슬림 장군 살라딘이 십자군 침입에 대비해 세운 전략적 요새로, 해발 약 1,200m 높이의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성채에 오르면 주변 숲과 계곡, 심지어 서쪽으로는 이스라엘 국경까지 조망할 수 있어 사진 명소로도 손꼽힙니다.
성 내부는 중세의 구조와 방어 체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좁은 계단과 돌 아치, 감시탑 등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활용되며 고대 무기, 도자기, 지역 역사에 대한 설명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아질룬 자연보호구역(Ajloun Forest Reserve)은 하이킹과 캠핑에 적합한 장소로, 요르단 자연 보호 협회(RSCN)에서 운영하는 친환경 숙소와 생태 투어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생태 여행에 관심 있는 분들에겐 천혜의 쉼터가 되어줄 것입니다.
요르단 북부를 찾는다면 제라쉬와 아질룬을 묶어 하루 일정으로 둘러보는 것도 좋고, 우므 카이스까지 포함해 이틀 정도 여유 있게 계획하는 것도 추천됩니다. 특히 자연을 좋아하거나 혼잡한 관광지를 피해 한적한 곳을 찾는 여행자라면 아질룬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요르단 북부는 역사와 자연, 그리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조화를 이루는 숨겨진 명소입니다. 제라쉬에서 고대 로마의 숨결을 느끼고, 우므 카이스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경치를 감상하며, 아질룬에서 숲의 향기와 역사의 흔적을 음미해보세요. 이 세 곳은 요르단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여행지로, 남부에 비해 관광객이 적고 여유로우며, 진정한 중동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요르단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북부 지역도 일정에 꼭 포함시켜보세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