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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주변 여행 : 수향의 낭만. 우전, 항저우, 쑤저우

by 브라이언양 2025. 5. 29.

상하이 주변 여행 관련 사진
상하이 주변 여행 관련 사진

목 차
1. 수향의 낭만 우전 
2. 문화와 풍경의 완벽한 조화 항저우
3. 고요한 시간 여행 쑤저우 

상하이에서 하루만 벗어나도 이런 풍경이?

도심의 화려함을 잠시 내려놓고 떠나는 상하이 근교 여행지 세 곳

상하이는 단순한 도시가 아닙니다. 세계 경제의 심장이 뛰는 곳이자, 20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도시, 동서양의 건축이 절묘하게 얽혀 있는 그야말로 '중국 속의 세계'입니다. 그러나 이런 압도적인 에너지는 때때로 사람을 지치게 하기도 합니다. 너무 많은 선택, 너무 빠른 속도, 너무 화려한 풍경.

그럴 때, 잠시 도심을 벗어나 보는 건 어떨까요? 상하이 근교에는 전통과 자연, 고요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장소들이 있습니다. 그곳들은 화려하진 않지만 깊고, 빠르진 않지만 진합니다. 오늘 소개할 우전, 항저우, 쑤저우는 각각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상하이에서 당일 혹은 1박 2일로 다녀올 수 있는 이상적인 여행지입니다.

1. 수향의 낭만, 우전(乌镇)

물 위에 지어진 시간의 마을

우전은 저장성 북부에 위치한 고풍스러운 수향 마을로, '동방의 베네치아'라 불릴 만큼 운하가 곳곳에 흐르고 있습니다. 상하이에서 차로 약 1시간 반에서 2시간 거리, 그리 멀지 않은 이 마을은 마치 시계가 멈춰버린 듯한 고요함과 느긋함을 선사합니다.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물길을 따라 형성된 고즈넉한 골목길. 마을 곳곳에는 전통 목조 건물과 고가가 늘어서 있고, 그 사이사이로 수로가 흐릅니다.

관광객용 배를 타고 물길을 따라 이동하며 바라보는 풍경은 시간이 수백 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우전의 매력은 낮보다 에 더 빛납니다. 해가 지면 은은한 조명이 골목길을 물들입니다. 전통 음악이 흘러나오는 찻집, 노을빛에 젖은 물결, 그리고 조용히 그 풍경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수묵화 같습니다.

문화적으로도 풍부한 콘텐츠가 가득합니다. 백년 전통의 목판 인쇄소, 중국 전통 의학과 관련된 박물관, 지역 예술가들의 공방 등이 골목 사이사이에 숨어 있어 하루를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우전은 '관광지'라기보다는 '살아 있는 마을'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여행자도 어느 순간 마치 그 동네 사람이 된 듯한 편안함을 느끼게 되죠.

🥢 맛있는 이야기: 우전의 전통 간식인 '바이예간(白叶干)'이라는 두부 요리나, 찹쌀로 만든 단술 '미주(米酒)'는 꼭 맛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시장 골목에서 파는 거리 음식들도 가격도 저렴하고 푸짐해요.
 

2. 문화와 풍경의 완벽한 조화, 항저우(杭州)

시와 차의 도시

항저우는 단순히 예쁜 도시가 아닙니다. 시와 철학, 차와 역사가 어우러진 도시로, 예로부터 문인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백거이, 소동파 같은 시인들이 이곳을 노래한 것은 우연이 아니겠죠.

가장 대표적인 명소는 단연 서호(西湖)입니다. '서호십경(西湖十景)'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다양한 감상 포인트가 존재하며,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보여줍니다.

봄에는 벚꽃과 매화가 피어나고, 여름엔 연꽃이 만발하며, 가을엔 단풍과 은행나무가 호수를 붉게 물들입니다. 겨울의 서호는 한층 더 고요해져, 차분한 산책이나 사진 촬영에 제격입니다.

서호 유람선을 타고 느릿하게 풍경을 감상한 뒤, 근처 찻집에 들러 용정차 한 잔을 마시는 것은 항저우에서만 할 수 있는 호사입니다. 이 차는 카페인이 적고 은은한 단맛이 나기 때문에 마시는 순간 마음까지 맑아지는 기분이 듭니다.

항저우의 또 다른 매력은 '전통과 현대의 절묘한 균형'입니다. 도시 중심에는 알리바바를 비롯한 첨단 기업이 밀집해 있고, 스마트 결제가 활발한 디지털 도시이기도 하죠. 그런 가운데에서도 천년 절인 영은사(灵隐寺)나 송나라 시대 거리인 하방가(河坊街) 같은 공간은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여행자의 감성을 충족시켜줍니다.

📸 여행 팁: 서호 주변은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어 '알리페이'로 빌릴 수 있는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면 효율적이고 낭만적인 여행이 가능합니다. 일몰 시간에는 '단교잔설(断桥残雪)' 전망대에서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어요.
 

3. 고요한 시간 여행, 쑤저우(苏州)

정원 속 철학을 걷다

쑤저우는 "천상의 정원"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중국 전통 원림 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도시입니다. 상하이에서 고속철로 30~40분이면 닿는 가까운 도시이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마치 한 폭의 동양화 속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주죠.

쑤저우에는 졸정원, 유원, 망사원, 창랑정 등 네 개의 유명한 고전 정원이 있습니다. 이 정원들은 단지 보기 좋은 장소가 아닙니다. 철학과 미학,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구성한 '사유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각 정원은 산책로와 누각, 연못, 조각 정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걷는 동선 하나하나에도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쑤저우는 또한 수공예 문화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자수와 자사호(紫砂壶, 도자기 찻주전자)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죠. 시내 곳곳에는 공예품 가게나 박물관이 있어 직접 보고 체험할 수도 있으며, 장인의 솜씨를 가까이에서 느껴볼 기회도 많습니다.

또한 쑤저우의 전통 음악인 쑤저우 평탄(苏州评弹)은 고요한 저녁시간에 들으면 더 깊은 감동을 줍니다. 기와지붕 아래 작은 찻집에서, 피파와 노래가 어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차를 마시다 보면 어느새 마음까지 맑아집니다.

🍽 추천 음식: 쑤저우의 '탕빠오(汤包)'는 육즙 가득한 소롱포와 비슷하면서도 더 진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핑탄 전통 요리'라 불리는 담백한 국물 요리들도 꼭 맛보시길 바랍니다.

도시를 떠나야 비로소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상하이는 분명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하지만 그 화려함이 때로는 피로함이 될 때가 있죠. 그런 순간, 고요한 물길을 따라 걷는 우전의 밤, 차밭 사이를 산책하며 다도를 배우는 항저우의 오후, 정원의 돌담 너머 풍경을 조용히 바라보는 쑤저우의 아침은 말할 수 없이 소중한 쉼표가 됩니다.


도시 밖에서 만나는 또 다른 중국, 그 안에 깃든 세월과 사람의 이야기는, 분명 당신의 여행을 더욱 풍요롭고 깊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다음 상하이 여행 일정엔, 꼭 이 근교의 보석 같은 도시들을 하루쯤 넣어보세요. 그 하루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될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