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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동부 : 사바와 키나발루 산, 사라왁의 쿠칭, 테렝가누

by 브라이언양 2025. 6. 7.

보루네오 섬 관련 사진
보루네오 섬 관련 사진

목 차
1. 정글의 품속에서 – 보르네오 섬의 사바(Sabah)와 키나발루 산
2. 강과 동굴의 미스터리 – 사라왁(Sarawak)의 쿠칭과 믈루 국립공원
3. 에메랄드빛 바다 위의 낙원 – 테렝가누(Terengganu)의 페르헨티안 섬 

 

말레이시아 동부에서 만나는 자연과 문화의 보고 

쿠알라룸푸르와 페낭, 말라카 같은 도시들이 잘 알려져 있지만, 진정한 말레이시아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동부로 향해야 한다. 보르네오 섬의 사바와 사라왁, 그리고 말레이 반도의 동쪽 해안인 테렝가누와 푸항(Pahang) 지역은 손때 묻지 않은 자연, 고유의 전통문화, 그리고 유네스코가 주목한 생태계까지 품고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동말레이시아의 대표적 여행지를 세 가지 테마로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

1. 정글의 품속에서 – 보르네오 섬의 사바(Sabah)와 키나발루 산

말레이시아 동부 여행의 백미는 단연 보르네오 섬 북부에 위치한 사바 주(Sabah)다. 이 지역은 오랜 시간 손대지 않은 자연과 세계적인 생물 다양성으로 유명하다. 그 중심에는 해발 4,095미터에 달하는 키나발루 산(Mount Kinabalu)이 있다. 이 산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중 하나로, 많은 여행자들이 새벽부터 등반을 시작해 일출을 맞이하는 것을 로망으로 삼는다.

키나발루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약 5,000종 이상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식물은 세계 최대의 꽃으로 알려진 라플레시아(Rafflesia)다. 이 꽃은 크기만큼이나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데, 그만큼 희귀하고 신비롭다.

산을 내려와서는 포링 온천(Poring Hot Spring)이나 키나발루 파크의 트레일을 걸으며 열대 우림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이곳에는 숲속 캐노피 워크가 마련되어 있어 나무 위를 걷는 색다른 체험도 가능하다. 특히 조류 관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지역은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약 300종이 넘는 조류가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바의 주도인 코타키나발루(Kota Kinabalu) 역시 주목할 만하다. 도시 자체는 크지 않지만, 고급 리조트와 쇼핑센터, 해산물 시장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여행의 거점지로 손색이 없다. 인근의 투안쿠 압둘 라만 해양공원(Tunku Abdul Rahman Marine Park)은 다섯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스노클링, 다이빙 등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2. 강과 동굴의 미스터리 – 사라왁(Sarawak)의 쿠칭과 믈루 국립공원

사라왁 주는 보르네오 섬 남서부에 위치하며, 말레이시아에서도 가장 다양한 부족 문화를 품고 있는 지역이다. 그 중심 도시인 쿠칭(Kuching)은 ‘고양이의 도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평화롭고 정돈된 분위기 속에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쿠칭은 단순한 관광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사라왁 강(Sarawak River)을 따라 걷다 보면 전통 목조 가옥과 현대적인 카페, 모스크와 교회가 어우러져 있는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강을 따라 유람선을 타며 석양을 감상하거나, 쿠칭 워터프론트에서 지역 특산품을 구경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쿠칭에서 북쪽으로 비행기를 타고 약 1시간 이동하면 믈루 국립공원(Gunung Mulu National Park)에 도착할 수 있다.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지역이며,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깊은 석회암 동굴 시스템을 자랑한다. 특히 디어 동굴(Deer Cave)은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 입구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며, 해질 무렵이면 수백만 마리의 박쥐가 일제히 날아오르는 장관이 펼쳐진다.

믈루 국립공원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선 모험의 장소다. 클리어워터 동굴(Clearwater Cave)이나 윈드 동굴(Wind Cave)은 지하 강과 함께 신비로운 탐험의 묘미를 선사한다. 트레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밀림 속을 가로지르는 '헤드헌터 트레일(Headhunter's Trail)'을 도전해보자. 이 길은 과거 원주민들이 실제로 사용했던 길로, 깊은 밀림과 강, 작은 마을들을 연결하며 원초적인 자연과의 교감을 가능하게 한다.

3. 에메랄드빛 바다 위의 낙원 – 테렝가누(Terengganu)의 페르헨티안 섬과 문화 탐방

보르네오 섬만이 동말레이시아의 전부는 아니다. 말레이 반도 동해안의 테렝가누(Terengganu) 역시 풍부한 매력을 지닌 지역이다. 이곳은 말레이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는 동시에, 말레이시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해변을 자랑하는 지역 중 하나다.

그 중심에는 페르헨티안 제도(Perhentian Islands)가 있다. 페르헨티안은 ‘정박지’라는 뜻을 지닌 이름처럼, 한때 어부들이 잠시 머물던 섬이었다. 현재는 맑은 바닷물과 하얀 백사장, 그리고 비교적 저렴한 숙소와 음식으로 배낭여행자들에게 인기다. 섬은 페르헨티안 베사르(Besar, 대섬)페르헨티안 케칠(Kecil, 소섬)으로 나뉘는데, 조용하고 리조트가 많은 베사르와 활기 넘치는 케칠 중 여행 스타일에 맞게 선택하면 좋다.

이곳에서는 스노클링, 다이빙, 카약킹은 물론, 거북이 보호구역 방문 등 친환경적인 관광도 가능하다. 투명한 바닷물에서는 물고기 떼와 산호초를 맨눈으로도 쉽게 볼 수 있으며, 운이 좋다면 바다거북과 함께 수영할 수도 있다. 밤이면 해변에서 별을 보며 맥주 한잔, 또는 조용히 파도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 여행은 특별해진다.

내륙으로 들어가면 테렝가누의 주도 쿠알라 테렝가누(Kuala Terengganu)가 있다. 이 도시는 말레이 전통문화의 중심지로, 크리스탈 모스크(Crystal Mosque)와 같은 현대적 건축물과 차이나타운, 바틱 마을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수공예시장(Pasar Payang)은 다양한 말레이 전통 직물과 공예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명소다.

맺으며: 자연과 전통이 공존하는 동말레이시아로의 초대

말레이시아 동부는 서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 순수한 자연과 살아 숨 쉬는 전통문화를 만날 수 있다. 사바의 키나발루, 사라왁의 믈루 동굴, 테렝가누의 에메랄드빛 섬들… 그 하나하나가 여행자의 오감을 자극한다. 자연 속에 몸을 맡기고, 원주민들의 문화와 삶에 귀 기울이는 여행. 이것이야말로 진짜 말레이시아를 만나는 길 아닐까.

이번 휴가,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진정한 쉼을 원한다면 말레이시아 동부로 떠나보자. 당신을 기다리는 건, 지구의 또 다른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