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가방 하나로 떠난 미니멀 여행: 짐을 줄였더니, 마음을 정리, 삶도 가벼워졌다

by 브라이언양 2025. 4. 21.

 

일본 간사이 여행
일본 간사이 여행 관련 사진

목  차 
1. 짐을 덜어낸다는 건, 마음을 정리하는 일
2. 작고 가벼운 여행에서 만난, 진짜 순간들
3. 짐을 줄였더니, 삶도 가벼워졌다

1. 짐을 덜어낸다는 건, 마음을 정리하는 일

"이번엔 진짜, 가볍게 떠나보자."

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꼭 한 번씩은 이 말을 내뱉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은 짐을 싸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혹시 몰라서’, ‘이건 꼭 필요할 것 같아서’, ‘저건 챙기지 않으면 불안할 것 같아서’라는 핑계들이 밀려온다. 그렇게 챙기다 보면 어느새 캐리어는 터질 듯 부풀어 있고, 마지막엔 온몸으로 눌러 지퍼를 겨우 잠근다. 그 안에는 옷가지와 용품뿐만 아니라, 내가 내려놓지 못한 불안과 걱정이 함께 들어 있다.

그런데 돌아보면, 그렇게 열심히 챙긴 짐 중 실제로 사용하는 물건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항상 그렇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며 계단 앞에서 한숨 쉬고, 호텔 체크인 시간 전까지 짐을 맡길 곳을 찾아 헤매는 그 피곤함을 매번 경험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질문이 들었다.

 

"나는 왜 여행을 떠나는 걸까?"

 

지도에 표시된 모든 관광지를 도는 것? 인증샷을 남기는 것?
그게 정말 여행의 본질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다른 곳에 있었다.

 

여유롭게 걷고, 낯선 공기를 들이마시고, 골목 어귀의 조용한 찻집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시간.
그런 조용하고 느긋한 순간들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다짐했다.
**‘짐을 줄이자’**가 아니라, **‘방식 자체를 바꾸자’**고.
그리고 그 시작은, 캐리어 대신 백팩 하나로 떠나는 미니멀 여행이었다.

여행지는 일본 간사이.
오사카를 중심으로 교토, 나라까지 다녀오는 5일간의 여정.
낯선 도시들을 발로 누비며 경험할 여유로운 일정을 계획했다.

짐을 싸는 순간부터 도전이 시작됐다. 캐리어가 아닌 백팩 하나에 필요한 모든 걸 담아야 했기 때문에, 물건 하나를 고를 때마다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있으면 좋은 것’과 ‘없으면 곤란한 것’의 차이를 배우게 됐다.

결국 내 가방엔 이런 것들만 남았다:

  • 반팔 셔츠 2장, 얇은 긴팔 1장, 반바지와 긴바지 각 1개
  • 속옷과 양말은 3세트 (세탁 전제로)
  • 가벼운 바람막이 재킷 1벌
  • 미니 세면도구 (칫솔, 치약, 비누, 수건, 선크림 등)
  • 스마트폰, 충전기, 보조 배터리, 이어폰
  • 여권, 카드, 현금 소량, 숙소 정보 출력물
  • 접이식 에코백, 작은 노트와 펜

이렇게만 챙기고 나니 가방 무게는 약 6kg.
처음엔 불안했지만, 막상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 순간 이상하리만치 어깨가 가벼웠다. 물리적인 무게 때문만은 아니었다. 마음속 무언가가 정리되고 비워진 기분이 들었다. 마치 공간이 생긴 듯했다.
그리고 그 공간은 이후 여행 내내 특별한 순간들로 채워지게 된다.


 2. 작고 가벼운 여행에서 만난, 진짜 순간들

공항에서 짐을 붙이지 않아도 되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미 여행의 시작은 가벼웠다.
입국 수속을 마치자마자 곧장 시내로 향했고, 오사카의 조용한 골목길 안에 있는 작은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햇살이 스며드는 창가에 앉아 아이스커피 한 잔을 시키고, 백팩을 옆에 내려놓았다.
딱 그 순간, 나는 진짜 여행이 시작됐음을 느꼈다.
지금 이 장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이 시간.
이게 바로 내가 꿈꾸던 여행이었다.

 

 우연이 만들어낸 소중한 순간들

 

오사카에서 교토로, 그리고 나라로 이동하면서 나는 점점 더 가벼워졌다.
백팩 하나만 있으니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좁은 골목을 누비는 것도 수월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교토 기온 거리에서도, 나라의 고즈넉한 신사 앞에서도 나는 어느 때보다 자유로웠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교토의 어느 작은 찻집에서 벌어진 일이다.
조용한 골목길 끝에 자리한, 전통 다다미방 느낌이 나는 찻집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주인 아주머니가 나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가방이 정말 작네요, 여행 오신 거죠?”
“네, 한국에서요. 미니멀 여행 중이에요.”
“그거 참 멋지네요. 이런 데 오시는 분 중엔 드물어요.”

그렇게 시작된 짧은 대화 끝에, 아주머니는 따뜻한 차 한 잔을 서비스로 내주셨다.
단순한 한 잔의 차였지만, 나는 그 순간 오래 기억될 따뜻함을 느꼈다.
짐이 많았다면 아마 이런 골목까지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혹은 불편함을 핑계로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기억나는 일은 나라에서의 중고 셔츠 쇼핑이다.
옷이 부족할까 봐 걱정됐던 참에 우연히 들른 현지 리사이클 숍.
거기서 만 원도 채 안 되는 셔츠를 하나 구입했다.
그 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은 지금도 내 여행 앨범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즉흥적으로 한 선택이 만들어낸 인생 사진.
이런 우연이 쌓여 여행은 더 깊고 특별해졌다.


 3. 짐을 줄였더니, 삶도 가벼워졌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백팩을 무릎에 올려놓고 지난 며칠을 되짚었다.
내 여행은 분명 이전과 달랐다.
화려한 곳을 많이 본 것도 아니고, 맛집 투어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마음은 어느 때보다 꽉 차 있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짐이 아니라,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짐을 줄인다는 건 단지 물건을 덜 챙기는 일이 아니었다.
그건 내가 진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이었다.

이 여행을 계기로 일상도 달라졌다.
옷장을 정리했고, 쓰지 않는 물건들을 나눴다.
약속을 줄이고, 진짜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더 많이 갖기 시작했다.
삶이 훨씬 가볍고, 유연해졌다.
마치 미니멀 여행을 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된 것 같았다.

나는 이제 여행을 계획할 때 거대한 일정표보다,
‘어떤 감정을 느끼고 싶은가’를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떠나는 여행에는 언제나 가볍고, 단단한 백팩 하나가 함께한다.


 마무리하며 : 당신에게도 ‘가벼운 여행’을 추천합니다

 

누구에게나 미니멀 여행이 정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짐이 많아야 안심이 되는 사람도 있고, 일정이 빼곡해야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한 번쯤 짐을 줄여보는 경험은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짐을 줄인다는 건 단순히 가방을 비우는 게 아닙니다.
그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이며,
‘삶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여행, 당신도 한 번 백팩 하나로 떠나보세요.
작고 가벼운 짐이 만들어줄, 예상치 못한 기쁨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은 짐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여정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